아~ 아니 놀진 못 하리라
만학천봉 층암절경(萬壑千峰 層巖絶壁) 머리 숙여 굽어 보니
구만장천(九萬長川) 걸린 폭포 은하수를 기울인 듯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예를 두고 이름인가
해금강 총석정에 죽장 놓고 앉아보니
창파(蒼波)에 나는 백구 쌍거쌍래 한가롭다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 하리라
젊어 청춘 고운 그때 엊그젠 줄만 알았더니
오늘 보니 늙었구나 검던 머리 희어 지고
곱던 얼굴 추악 하여 무주객의 그네들은
원수야 원수가 아니다 백발이 모두다 원수로다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는다
얼씨구나 절씨구나 지화자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 하리라
허어 덩덩덩 덩덩 어하 둥둥 내 사랑아
백구야 날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성상이 버렸음에 너를 쫓아서 내 왔노라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 하면 넉넉하지
일촌간장 맺힌 설움 부모님 생각 뿐이로구나
어찌타 나는 지금 이런 광경을 당하고 있으랴
얼씨구나 절씨구나 지화자 좋구려
아니 놀진 못 하리라
꿈아 무정한 꿈아
날과 무슨 원수길레 오는 임을 보냈느냐
가는 임을 붙들어 두고 잠든 나를 깨워주지
지금 쯤은 잠을 자느냐 앉았느냐 누웠느냐
부르다 못해 지쳤구나
얼씨구나 절씨구나 지화자자 좋구려
아니 놀진 못 하리라
아~ 이야 어허 둥둥 내 사랑아
우연히 길을 갈 적에 이상한 새가 울음을 운다
무슨 새가 울랴마는 적벽화전에 비운이라
화야구구 진토를 보고 설리 통곡하는 모양
사람의 인정치고는 차마 어찌 볼 수가 있으랴
일후에 남이 되고 보면 후회막급이 있으리로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구려
아니 놀진 못 하리라
만리장공에 하운이 흩어지고
무산십이봉은 월색도 유정터라
님이라면 다 다정하며 이별이라고 다 슬프랴
이별 마자 지은 맹세를 태산 같이 믿었더니
태산이 허망히 무너질 줄 어느 가인이 알아줄 거냐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구려
아니 놀진 못 하리라